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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고치, 디지몬을 만나다.

F#_꼬마돌 | 2022-01-07

새로운 변이종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에디터의 재택근무가 또다시 시작되었습니다. 2021년 가을을 기점으로 시작되었었던 위드 코로나가 이렇게나 짧게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다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번에는 미뤄왔던 방 정리를 좀 했습니다. 침대 위치도 바꾸고 오래된 서랍도 버렸죠. 20년도 더 된 낡은 서랍을 버리기 위해 서랍 속을 정리하던 중 아주 오래된 반가운 물건을 찾았습니다.

1998년 방영된 인기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를 주제로 한 육성 게임기(다마고치) 펜들럼을 찾았죠.

제조년도 1998년, 에디터가 8살이었던 때네요.



사진출처 : 반다이

다마고치 디지몬을 만난다

디지바이스 그리고 펜들럼.

1996년 일본에서 발매되어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어린이들의 모성애와 부성애 본능을 일찍 깨워냈던 '가상 애완동물' 다마고치. 출시와 동시에 없어서 못파는 물건이 되었고 한때 시장에는 중국에서 만든 가품이 일본 반다이 정품보다 더 많이 유통되는 현상까지 있었을만큼 시대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꼽힙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당시 일본의 반다이를 회생시킨 동아줄이 바로 다마고치였죠.

사진출처 : 반다이

어른이 되면서 잊고 살아 추억 속의 물건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2021년까지도 지속적으로 신제품이 발매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무려 컬러 디스플레이입니다.

사진출처 : 반다이

다마고치는 1997년 방영을 시작한 인기 애니메이션 디지털몬스터 (이하 디지몬)를 만나면서 인기와 완성도가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디지몬을 육성하여 전투와 진화를 반복하는 다마고치의 파생작 '디지몬 펜들럼'이 1998년 발매되었죠.

사진출처 : 반다이

펜들럼 이전에는 1세대 디지몬 다마고치도 존재했습니다. 펜들럼은 2세대 디지몬 다마고치죠. 1세대는 외관이 벽돌 타일을 쌓아놓은 모양을 연상시킨다 하여 '벽돌 버전'이라 불렸습니다. 더 높은 인기를 오랜 시간 유지했던 펜들럼보다 소량 생산되어 매우 높은 프리미엄이 붙은 제품들로 남았었는데, 2017년 디지몬 다마고치 출시 20주년을 기념하여 동일한 형태에 더 다양한 컬러로 기념판을 출시하며 추억을 그리워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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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치우는 게 전부였던 다마고치에서
전투와 진화 그리고 조그레스 통신 기능까지 겸비.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일반 다마고치가 여자 아이들에게 더 많은 인기를 얻었다면, 디지몬을 육성하여 진화시켜 배틀을 할 수 있는 펜들럼은 남자아이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훈련과 전투를 통한 진화 시스템 그리고 친구의 펜들럼과 통신하여 배틀 및 특정 조건으로의 진화를 할 수 있는 기능까지 겸비한 최종적으로 전투 목적의 육성 게임기였죠.

대표적인 콘텐츠는 바로 특정 조건에 의한 다양한 진화 루트였죠. 시간대, 생활환경, 훈련 및 전투 횟수 등에 따라 진화하는 루트가 나뉘어 원하는 디지몬으로 진화시키고자 할 때는 공략을 찾아보고 해당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사용자의 실제 행동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버전이 다른 펜들럼과 서로 통신하는 조건에서만 진화할 수 있었던 조그레스 진화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상술이면서도 놀라운 시스템이었다고 생각될 만큼 참신했죠.

흔들어라 강해질 것이니.

진자운동 펜들럼.

펜들럼의 특징은 내부에 구슬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이 구슬의 용도가 뭐냐, 바로 구슬을 이용한 진자 운동을 통한 조작을 가능케 하죠. 디지몬의 종류에 따라 흔들기 강도와 수를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이게 아마 최초의 증간현실을 이용한 게임기가 아니었을까요.

사진출처 : humulos.com

상술의 시작

버전 나누기.

전성기를 누렸던 1998년~2000년 도에 출시된 펜들럼의 버전은 무려 11종입니다. 각각의 버전별로 육성 가능한 디지몬의 차이가 존재했으며 일부 디지몬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버전의 펜들럼과 통신하여 진화해야만 했죠. 고로 없어도 상관은 없으나 내가 원하는 디지몬이 통신 진화만 가능하다면 다른 버전의 펜들럼이 꼭 필요했던 시스템입니다. 지금의 포켓몬 게임과 비슷한 방식이죠. 하나만으로는 100% 클리어가 불가능한 치사한 상술.

사진출처 : 반다이

링 피트 그 이전에 최초의 증강현실 게임기.

만보계가 내장된 디지바이스.

사용자의 움직임을 통해 운동하는 게임 링피트, 코로나 시대에 엄청난 수혜를 입은 게임이죠. 실제 운동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에디터도 직접 해봤는데 보통이 아니더군요. 그런 링 피트 이전에 먼저 운동 효과를 제공했던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디지몬 디지바이스죠. 만보계를 내장하여 실제 걷거나 팔로 기기를 흔들어야만 걸음을 인식해 디지몬 캐릭터가 앞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링 피트 이전에 디지바이스가 존재했던 것이죠. 디지바이스는 조금 더 RPG 스러운 방식으로 다마고치 같은 육성 게임기는 아니었으나 방영된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버전별로 나뉘어 펜들럼과 달리 게임을 100% 클리어하는 데 여러 버전의 기기가 필요하지 않은 합리적인 게임기였죠.

사진출처 : 중고나라&네이버 지식쇼핑 

중고나라에 올려야지

정가 대비 10배 떡상.
다양한 종류의 펜들럼과 디지바이스 중에서도 특히 희소성 높은 버전은 현재 매우 높은 금액에 중고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혹시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펜들럼 혹은 디지바이스가 있다면 어서 파세요.

사진출처 : 반다이남코 코리아

20년만의 추억 소환은 좋은데

너무 제자리 걸음 아니냐.
거의 매 년 알게 모르게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었던 다마고치와는 다르게 펜들럼과 디지바이스는 우리의 낡은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게 전부였습니다.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죠. 그런 디지몬이 2017년과 2018년에 디지몬 방영 20주년을 기념하는 펜들럼과 디지바이스를 다시 출시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랜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죠. 변한 거 하나 없이 20년 전 흑백 도트 그대로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20년 전 제품을 다시 재판한 거라 해도 무관한 그런 제품이었죠. 물론 그럼에도 제품은 당연히 완판되었지만 그와 별개로 다마고치가 시대 흐름을 반영하여 디스플레이를 컬러로 변경한 것과는 매우 대조되는 무성의함에 실망한 디지몬 친구들어있습니다. (버전 나누기 상술도 여전)

추억은 추억일 뿐
다시 잠들어야 할 시간.

서랍 속에 20년 간 잠들어있던 펜들럼과의 우연한 조우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에디터는 오늘 근무 마지막 순간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 엔딩 장면이 생각나네요. 영화 AI는 자신을 떠나보낸 엄마와의 조우를 위해 잠들지 않고 긴 시간을 여행하다 이내 마지막 꿈속에서 마침내 엄마와 조우하며 영원하고 평온한 잠에 드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이루지 못했던 달콤한 하루와 건네지 못했던 작별 인사를 건넴으로 통해 맞추지 못했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듯 에디터 역시 오늘 떠나보낸 적 없으나 어느새 잊고 살아왔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었죠. 에디터는 이렇게 2022년 비로소 어른이 되나 봅니다.

너의 디지몬과 나의 디지몬을 맞대어 통신할 수 있었던 펜들럼은 그 시절 처음 만난 어색한 우리가 금방 친구가 되도록 만들어준 매개체 펜들럼을 찾은 하루였습니다.

Editor 꼬마돌

"여기 숨쉬는 이 시간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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